면접에서 거절당했지만, 기필코 하고야 말았던 일본 알바

일본유학에서의 알바는 부모님의 경제적 원조가 없는 사비 유학생에게 있어서 뗄 수 없는 3요소 중 하나다.

 

쿤도 9년 간의 일본유학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의 경제적 원조가 1원도 없었기에 알바에 대한 마음가짐은 누구보다도 필사적이었다. 남들은 다~ 거절당하는 와중에도 어떻게 해서든 알바를 하고자 잔머리를 굴리고 근성을 발휘했었다.

블러그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본유학 관련의 질문으로 하루 평균 수~ 통의 메일이 온다. 기존에 다음 카페에서 활동 할 때 보다 그 양은 적지만, 유학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는 메일이다.
오늘은 일본유학을 생각하고 있거나, 일본에서 유학중인 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쿤의 일본유학 알바구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교토에 가면 “교토미와코웨스턴호텔”이 있다. 위치는 교토 헤이안진구에서 도보 20분, 야사카진자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다.

 

 

일본 유학 5년 째에 접어들었을 때, 하루는 알바 잡지에서 미와코호텔의 객실청소 구인 알바를 보았다. 세부사항을 읽어보니 주 4회이상 하루 6시간 이상으로 성별 구분없이 모집하며 시급은 980엔이었다. 외국인 사절이라는 말이 없었기에 쿤은 잽싸게 전화를 걸었다. 구인 담당자와 통화를 했고, 이력서를 가지고 언제언제까지 오란다. 약속 시간은 물론 철저하게 맞춰서 갔고, 담당자를 만나서 면접을 하게 됐다.

 

 

담당자 : (이력서를 받아서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팔짱을 끼더니) 외국인이야?
쿤 : 네~~
담당자 : 우리 외국인 안 쓰는데, 헛걸음하게 해서 어쩌지.
쿤 : 외국인을 안 쓰다뇨? 왜요?
담당자 : 알다시피 이 호텔의 급이 있잖아.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오고, 교토시내에서는 최고급
호텔인데 일본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이 알바하다가 손님하고 트러블이라도 일으키면
호텔 이미지에 문제 생기거든.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을 안 써.
쿤 : 음~~~~~~~~~ 그럼 이 호텔에는 일본 사람만 손님으로 와서 자나요?
담당자 : 그건 아니지.. 최고급 호텔이니까 외국 유명 인사도 많이 오지..
쿤 : 참~ 이상하네요. 일본 문화도 모르는 외국 사람이 어떻게 이 호텔에서 자나요?
일본 사람하고 트러블 일으키면 이미지에 문제 생길텐데 외국인을 손님으로도 받네요?
담당자 : 훔훔..(그렇게 되는 건가?)
쿤 : 저는 일본에서 5년 살면서 일본 문화도 어느 정도 압니다. 게다가 영어와 한국어도 되죠.
저 고용하면 1석 3조가 되는 거죠. 제가 한 달간 일을 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월급 안 받고
그만두겠습니다. 대신, 일 잘 한다는 생각이 드시면, 시험고용 한달 치 월급 다 주시고,
다음 달 부터는 시급 100엔 올려주시는 조건 어떠세요?
(어차피 거절당했기에 쿤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담당자는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알았단다. 대신 주 5일이상은 나오라고 했다. (다 부려먹고 자르겠다?) 그렇게 해서, 다음 날 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고, 쿤은 일반 객실에서 일주일간 일을 배우며 견습을 하게 되었다. 손님들이 묵고 나간 방의 침구류와 수건을 걷어내고, 새로운 손님을 위해 방을 셋팅하는 작업이었다. 일본 아주머니 3인과 쿤! 이렇게 4인 1조로 객실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일은 의외로 힘을 필요로 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운동하겠나 싶어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스페인에서 온 손님이 방에서 잠을 자는데 일본 아주머니들이 방안으로 돌진을 한 것이다. 물론 문 앞에는 DD카드(Do not disturb)가 걸려있지 않았다. 손님은 이불을 뒤집어 쓰면서 뭐라 말을 하고는 자버렸다고 한다. 아주머니들은 조용히 청소하라는 뜻으로 알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손님이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하필 그런 상황에 쿤이 있었다. (아~ 정말 재수도 없다.) 서툰 영어로 물어봤다.

쿤 : 뭐가 문젠데~~~
손님 : 내가 청소하지 말고 나가라고 했는데 왜 청소하는 건데?
쿤 : 아~ 미안하다. 당장 나가겠다. 여기 있는 아주머니들 영어를 모른다.
손님 : 그래, 나 좀 방해하지 말아줘~
쿤 : 그래, 어여 자~~~

아주머니들도 흥분을 하면서,,

아주머니들 : DD카드 안 걸어놓은 사람이 잘못이지~~ 우리가 뭘 잘못 했다고 그런데?
쿤 : 스페인에는 DD카드가 없대요. (거짓말) –;;;
아주머니들 : 그래? 저 사람도 이번 기회에 DD카드를 알았겠지?
(사람과 사람의 중간에 끼어서 샌드위치가 된다는 것은 이런 기분일 것이다.)

영어가 안되는 일본 아줌마들만 있었다면, 손님의 컴플레인으로 이어져 자칫하면 큰 일이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객실청소는 하청업체에서 관리한다.) 쿤의 짧은 영어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고, 쿤에 대한 담당자의 신뢰도가 조금 올라가게 되었다.

그 뒤, 또 다른 외국인이 220V 돼지코를 달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듣는 일본 아주머니들에게, v 손가락을 앞으로 보이는 등 난리를 칠 때도, 쿤이 나서서 해결을 했다.

이러한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그렇게 한달을 보내고, 쿤은 당당하게 호텔 알바를 하게 됐다. 그 호텔에서 객실청소로 일하게 된 최초의 외국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시급은 약속대로 980엔에서 1080엔으로 올랐고, 최고층의 특실과 스위트 룸을 담당하게 되면서 호시노 감독과 톰크루즈를 직접 보는 영광까지도 얻었다. 2년 10개월 동안 알바를 하면서 시급은 1,400엔(올려받을 때마다 이렇게 오른 전례가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함구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까지 올랐고 대학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그만두었다. 그만 두고서야 알게되었지만, 다른 아주머니들의 시급은 5년 간 100엔 올랐단다. 그리고 쿤이 최초 외국인으로 그 알바를 시작한 뒤로 중국유학생을 고용했지만, 손님 물건에 손을 대는 불미스런 사건이 생긴 이후, 그 호텔에는 한국인 유학생만 받는다고 한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유학생이 일본 중3 학생을 대상으로 학원강사?

또 다른 알바로 속셈학원 격인 학원강사를 하게 되었다. 시급은 80분에 4,000엔. 과목은 수학.
역시 면접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경험이 있다. 어차피 거절당한거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거래를 시작했다. 우선, 배우는 아이들이 판단하게 해 달라고 졸랐다. 대신 조건은 한 달간 무료봉사, 정식으로 알바를 하게 되면 시급을 올라달라는 요구였다. 그렇게 해서 한 달을 무료로 중3 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치게 됐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느낀 거지만, 일본의 중학생도 한국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 수학이 아니라 정해진 패턴으로 푸는 수학이었다. 다시 말하면, 2차 방정식은 모르면서 문제 푸는데만 익숙해진 아이들, “근의 공식”이 먼지도 모르면서 문제를 푸는 아이들이었다.(일본도 주입식이구만… 깝깝하도다~) 쿤은 한 달 동안만이라도 기본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겠다고 생각했고, 2차 방정식이 뭔지, 왜 2차라고 하는지, 방정식을 푼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등에 대해 가르쳤다.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결국 쿤은 학원 강사를 하게 됐지만, 시급은 형평성을 고려하여 올려주지 못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에 올려받지 못했다.–;;;

일본 중2 학생에게 영어과외까지…

한국인이 일본유학을 하면서 일본 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움~ 생각만 해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인걸 어찌하랴~
쿤은 가정교사 모집 광고를 보고 응모했다. 역시 난색을 표하는 일본 직원. 다들 이제 예상이 되실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쿤의 거래 방식..속는 셈 치고, 한 사람만 소개해 달라고 했다. 1시간에 1,800엔(생각보다 짰다)… 그렇게 해서 한 사람만 해 보자는 말을 듣고 소개를 받은 학생이 운동을 좋아하고, 맥도널드에서 알바하는 예쁜 대학생을 좋아한다는 중2 소년이었다. (프로필에 그렇게 적어놓았더라).
그 집을 방문해서 문제의 중2 와 그 아이의 어머니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중2 의 어머니. 그 때, 중2 가 질문이 있다면서 영어시험 문제지를 가져왔다. (니가 나의 구세주구나~~).

중2 : 이게 틀렸대요.. 왜 틀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요??
쿤 : (뭐냐, 나 테스트 하자는 거임?) 어디보자.. (헉!! 32점? 너도 상태가 좀 심각하구나~~)

<문제>영단어는 일본어(여기서는 한국어)로, 일본어는 영단어로 바꾸시오. 문제 총 20개
– help : 살려줘 (용감한 중 2 녀석이 쓴 답)

쿤 : (웃음 나와도 참는 거야. 나 참아야 해) 왜 답을 “살려줘”라고 했어? (대답이 기대된다)
중2 : help me 가 “나 좀 살려줘~” 잖아요. 거기서 “me” 가 빠졌으니까 “살려줘~”가 맞잖아요.
쿤 : (이 놈은 가르쳐도 걱정된다) 움~~ 그래, 니 말이 맞다. 이 셤에서는 “살려줘”도 답이 된다.
이유는 시험 문제에는 의미를 쓰라고 했지 그 의미를 동사원형으로 적으라는 지시가 없다.
그러니까 “살려줘~”도 맞는 것으로 봐야 해..(나, 뭐라는 거야) 그리고, 다음부터는 원형으로 적어.
중2 의 수준이라면 “돕다” 정도면 될 거야.
중2 : 앗싸~~ 담탱이 (죄송! 리얼리티임) 낼 보자..
(실제로 내가 말한 방법으로 따져서 선생님이 맞는 걸로 해주셨단다~! 그 뒤로 나에게 충성!)

결국, 중2 의 영어 과외도 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 집 부모는 업자에게 내는 돈은 3,000엔인데 쿤씨는 고작 1,800엔을 받냐면서 날 해고함과 동시에 학원 등록도 취소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용해서 시급 3,000엔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저 아이가 지금은 대학생이다. 몇 달 전에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6년 만에 전화를 받고 다다다와 함께 나가 만나뵙고 오기도 했다. 과외하러 갈 때마다 유학생 생활이 얼마나 힘드냐고 매번 저녁을 챙겨주시던 분이시다.)
그 밖에도 내가 알바 구할 때 자주 써먹던 방법은 알바구인 벽보를 보면 그 종이 전체를 떼어 가지고 들고가서 알바면접을 봤던 것이다. 무조건 가서 물어보면 그냥 돌려보낼 가능성도 크지만, 광고를 종이째 떼어 가면, 다시 붙이는 것이 귀찮아서라도 일단 쓰고 보자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to 일본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또는 유학을 와서 알바를 구하는 학생들>

많은 유학생들이 일본에서 알바를 하려하지만,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어가 안되어서, 외국인이라는 차별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서… 쿤이 보기에는 배 부른 소리다. 그들은 아직 절박함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해 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믿거나, 흘리는 말로 거절하는 말에 순진하게 알겠다고 응하는 태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참고로, 쿤의 첫 알바는 일본와서 2개월 넘었을 때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알바를 시작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냐고. 일단 자신이 가진 성실함과 신뢰감을 무기로 자신있게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위에 소개한 호텔, 학원, 개인과외 이외에도 백화점, 이사, 야타이(축제 때 내는 포장마차?), 인터넷 야후 영업, 신칸센 역청소, 식당 등 무수한 알바를 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쿤을 환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쿤는 물러서지 않았다.
거절당했다고 위축되기보다는 어차피 거절당한 거 할 말이라도 다~ 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당당하게 맞섰다.
기회가 왔을 때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까지 어떤 알바를 해도 일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한번 일하기 시작하면 가게가 문을 닫든지, 내가 쓰러지든지 둘 중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장기간 일했다.(최장기 알바는 7년이다.) 그런 정신은 지금의 회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쿤이 다니는 회사에 직원이 1,700명이지만, 한국인은 쿤뿐이다.)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없이 나홀로 유학을 하려는 분은 고생을 각오하고 마음을 굳게 먹고 일본에 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일단 온 사람이라면, 되든 안되든 부딪쳐 보라고 말하고 싶다. 결과는 어디까지나 따라오는 옵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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